김성수가 건드린 금기(?)에 장강명은 답하라.
2023/12/03
<서울의 봄>은 정치 군인들의 반란을 순조롭게 보여주고 있지 않다. 10.26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며 전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전두광은 수많은 장군 중 하나였고 육군참모총장의 눈 밖에 나 요직에서 인사조치 될 운명이었다. 군 내 사조직 하나회도 군 전체를 봤을 때는 감독의 표현처럼 “한 줌도 안 됐던 무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당시의 하나회가 어느 정도의 파워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에서의 느낌은 그랬다)
참모총장 납치로 시작된 반란도 순탄치 않다. 육군본부와 진압군을 제압하기 위한 하나회의 전투병력은 서울로 진입하는 데 이태신을 비롯한 육본측의 대응에 지체된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달콤한 떡고물”로 뭉친 반란군 지휘부는 위축되고 균열의 조짐까지 보인다.
그러나 전두광은 위기에 빛났다(?). 단순히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으는 조직화만이 아니라 모인 이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어르고 주무른다. 노태건이 자신의 전방 사단 병력을 서울로 진입시키도록 하고 우물쭈물하던 제2공수여단장에 압력을 넣어 병력들이 서울로 향하도록 한다. 뿐만인가. ‘무력 충돌 없는 반란군 진압’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육본의 상황을 활용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한다. 전두광은 하나회라는 늑대집단의 조련사일 뿐만 아니라, 승부를 걸 줄 아는 도박사, 꾀를 낼 줄 아는 지략꾼인 악당이었다.
그간의 한국 영화 중 이토록 입체적인 악당이 있었나 한번 보자. 반공의식으로 중무장한 <1987>의 치안본부 대공수사처 박처원은 북한이 공산화됐을 때 가족들이 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서사가 있다. <암살>에서의 악당인 염석진은 과거 독립 활동을 하다가 고문과 함께 동료들이 모두 죽는 고초를 겪는다. (다른 영화들은 잘...)
대개 우리나라 영화에서 악의 서사란 그들이 행위에 나름의 당위성은 부여하지만, 관객이 그 행위에 공감할 정도의 서사는 주진 않는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에 나오는 박성배 사장과 검사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거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