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의미의 ‘생활의 발견’ - <그리고 봄>을 읽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1/15
건전한 의미의 ‘생활의 발견’ - <그리고 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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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개인적으로 ‘생활의 발견’이 마지막인 것 같다. 나머지 영화들도 OCN이니 채널 CGV니 하는 데서 틀어줄 때 주마간산격으로 보긴 했다, 하지만 대개 감독이 무슨 말 하고 싶은 건지 몰라 고개 갸웃거리다가 이내 잊어버리는 패턴을 밟았기에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거칠게 말하면 ‘홍상수 영화’에 대한 집중은 ‘생활의 발견’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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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를 보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불쑥 나타나 콧잔등 붙을 만큼 바싹 얼굴 갖다 대고설랑 ‘자슥. 아닌 체 하고 있어. 속으로는 호박씨 다 까고 자빠진 넘이.’ 하고 비웃으면서 나의 화려무쌍, 찬란무비의 ‘영웅본색’을 까발리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하지만 꽁꽁 숨겨 두고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 찌질함을 무심한 손 집어넣어 턱턱 꺼내가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여러 얼굴 중 하나가 스크린 속 배우처럼 발가벗겨진 채 광화문 네거리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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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선희 작가의 소설 <그리고 봄>은 역시 ‘생활의 발견’처럼 너무나 소소하고 평범하고 고만고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살과 머릿속을 헤집고 등줄기를 간질이고 가슴 속 뭔가를 토해내게끔 목구멍을 간질이는데 그 기분은 홍상수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을 보면서 나는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근데 뭐?” 그런데 이 <그리고 봄>을 읽으면서는 몇 번이나 키득거렸다. “와.....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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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나름 진보적 스탠스를 지니고 살아온, 그렇다고 투쟁의 일선에서 고난을 겪었다기보다는 워킹맘 기자와 한때 많은 이들의 학문적 지향이었으나 이제는 찬밥이 돼 버린 사회학과 교수 남편, 그리고 그들의 1남 1녀의 이야기가 소설의 얼개다. 아마 이 구성에 피식 웃을 사람도 많을 것이고, 열을 낼 사람도 있으리라. “아니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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