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6/16
십수 년 전 친한 친구와 크게 싸운 적이 있다.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였다. 나는 웬만하면 혼자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친구와 해외로 여행을 간 참이었다. 우린 정말 친한 친구였지만 여행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여행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기까지 서너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 남는 시간 동안 친구는 호텔에서 쉬기를 원했고, 나는 그 시간 동안 골목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나는 따로 시간을 보낸 뒤 공항에서 만나자고 했다. 친구는 내게 불같이 화를 냈다. 함께 온 여행인데 왜 따로 시간을 보내냐며 크게 성을 냈다. 결국 나는 내 고집을 꺾고 친구와 호텔에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 친구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다시 한번 싸우게 됐다. 처음에는 여행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으로 인해 우리의 다름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알게 됐기에 이번 싸움도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한 것. 싸우면서 알게 됐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부러워하고 있다는 걸. 그 친구는 점점 살이 빠지면서 미모에 물이 올라 있었다. 한창 이성과의 만남이 잦은 이십대였고, 나는 내심 그런 친구를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 그 친구도 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친구는 카드빚이 제법 많았고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나는 빚이 없었고, 부모님과 함께이긴 하지만 제법 좋은 집에 살고 있었다. 친구는 그런 나를 많이 부러워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그러니까 문제는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상대방을 비교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오랜 우정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것. 질투와 비교는 이처럼 참 무서운 것이다. 자격지심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열등감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누구든 어떤 분야에서 미흡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신의 미흡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보다 나은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거나 상대를 폄하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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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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