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마음챙김] 나의 첫 마음챙김 수업

황진영
황진영 ·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쓰는 사람
2022/06/12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 내 삶에 들어온지도 꽤 여러 해가 흘렀다. 특강이나 워크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묻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호소에 가깝다. “명상을 하면 자꾸 잡생각이 나요.” 혹은 “명상을 하다가 잠들어버렸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수강했던 첫 마음챙김 수업이 떠올라 자꾸 빙그레 웃게 된다. 

마음챙김 기반의 스트레스 감소(Mindful-Based Stress Reduction: MBSR) 수업을 들을 때였다. 명상센터에서 일하면서 명상이 포함된 강연이나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왔지만, 진행자로서 행사중 일어나는 갖가지 돌발상황을 처리하느라 바빠 실제로 센터에서 운영하는 명상 프로그램에서 내가 명상에 오롯이 집중하는 경험을 온전히 가져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각종 앱이나 유튜브 영상의 가이드 명상을 시도해 보기는 했지만 학생으로서 수업을 듣게 된 자리에서 처음으로 15분 짜리 바디스캔 명상을 해보았다. 교수가 안내하는대로 자리를 잡고 매트를 깔고 누우면서 긴장감이 나를 찾아왔다. 

15분 동안 잠이 들면 어쩌지? 센터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도 이 수업을 같이 가르친다. 내가 여기서 잠든다면? 잠이 들어 코를 골기라도 한다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15분 내내 무엇을 하든 긴장을 늦추면 안되겠다고 다짐하며 바닥에 매트를 깔았다.

수강생 모두가 매트를 펴고 눕자 교수가 명상 인도를 시작했다. 가이드가 귀에 들어오는 순간, 이번에는 의아함이 나를 찾아왔다. 청유형인 Let’s도, 명령형인 동사원형도 아닌 ‘-ing’로 문장이 시작되었다. “Beginning lying down.”이라니, 이건 또 뭐야,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그렇게 ‘-ing’로 시작되고, 두 개의 ‘-ing’가 연달아 나오는 문장들이 이어졌다.. 

여기 나오는 ‘-ing’가 동명사인지 현재 진행형인지 생각하다가, 이게 문법에 맞는건가, 내가 모르는 용법이 있기라도 한건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명상에 집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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