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당신의 '재량 시간'은 얼마인가요?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쁘다. 다들 시간 여유가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는 보다시피 바쁘게 생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바쁘고 피곤하게 생활하지 않기 위해 규칙을 정하고 일상을 꾸린다. 그런데도 이토록 '시간 빈곤'에 시달린다고 느낀다. 시계부를 꽤 오랫동안 적고, 각 일상의 의미를 써내려가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재량 시간 discretionary time'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재량 시간이 시간 배분과 사용에 대한 통제권ㆍ선택권ㆍ자기결정권을 통해 재량 시간이 결정된다고 할 때, 나는 활용 가능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시간 사용에 대한 통제력과 자기 결정권이 부족하다.
이는 SNS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노동시간이 퇴근 이후는 물론 주말까지 연장되었고, 결혼한 여성들의 시간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가족의 공유재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즉, 아픈 사람의 시간은 언제든 질병으로부터 침범당할 수 있으며, 일상적으로 질병과 공유된다는 의미다.
시간도 일종의 자원이다. 소득과 마찬가지로 시간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수명은 곧 시간이다. 시간을 얼마나 자기 의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느냐는 곧 인생을 얼마나 원하는 대로 만들어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시간 사용의 자율성과 재량 시간의 양이 부족하다는 것은 개인의 역량을 드러내고 발전시켜나갈 조건이 제한적이라는 뜻히다. 즉, 삶을 자기 의지대로 꾸려나갈 수 있는 힘과 기회가 통제된다.- 조한진희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P39-41 '왜 시간이 없을까' 중에서
없던 자유가 주어지면,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내 이야기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짬 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늘 동동거리며 살다 보니 오히려 무념무상의 상태로 살았던 듯하다. 아이와 집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있던 지난 2년간도 오히려 '별수 없지'라는 생각에 또 비슷한 상태로 살았다. 5월경부터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드디어! 아이가 안정적으로 학교에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