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화번호부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족과 함께 부모님댁을 찾는다. 특별한 건 없고 같이 점심 한 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누나 가족이 같이 하는 경우도 있어 두루두루 얼굴 보고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아마 작년 가을 쯤으로 기억한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과일을 먹으며 수다를 떨던 중이었다. 엄마 휴대폰이 이상하다며 이것저것 봐달라고 하셔서 어플도 정리해 드리고 전화번호부 정리하는 방법도 궁금하다고 하셔서 알려드렸다. 저장 된 연락처를 순차적으로 확인하는데 우리 가족 이름은 없다. 내 이름, 와이프 이름, 누나 이름 그리고 매형 이름 대신 각자 다른 호칭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우리 기둥’으로 저장 된 내 번호. 보자마자 옛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어릴 적 아빠가 항상 해주셨던 말.
“넌 우리 집 기둥이야.”
가슴이 뭉클했다. 무심하고 근엄하기만 했던 아빠는 저 말은 꽤나...
가슴이 뭉클했다. 무심하고 근엄하기만 했던 아빠는 저 말은 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