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장편소설에서 섹슈얼리티가 작동하는 방식

윤지연 · 교사
2023/10/31
상허 이태준의 초상화(김용준 그림, 1928)

이태준 장편소설에서 섹슈얼리티가 작동하는 방식
      
지금까지 읽은 이태준의 장편은 여학생(혹은 신여성)과 남학생 사이의 연애를 중심으로 다룬다. 주요 내용은 남성의 애욕이 육체를 매개로 형상화 되는 데 있어서 여성이 어떻게 대응하는가, 그리고 주인공 남성은 그 상황을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통제력은 주로 남성 자신에게 적용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적 매력이 연인에게 어느 정도까지 영향력을 미치는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다른 남성과의 경쟁에서 언제까지 자신의 우위를 유지하는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성의 성적 매력은 물질과 정신 두 측면으로 구분되는데, 물질은 육체 혹은 경제력으로, 정신은 지성 혹은 인품으로 세분화된다. 상대 여성인물이 어디서 매력을 느끼는가는 조금씩 다르다. 분명한 것은 이태준 소설 내에서 남성의 물질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여성인물은 아직 없었다. 나머지 매력은 여성인물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성 주인공이 자신과 다른 매력을 소유한 라이벌을 상대로 한 여성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가능해진다. 앞서 지적했듯이 경제력은 언제나 무시당하는 요소이며, 육체는 표면적으로는 대결의 장에 끌어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남성주인공은 여성에게 매력을 발휘하는 동안은 다른 남성에 대해 육체적으로 우월한 상태에 있긴 하다. 

결국 여성에게 고르도록 놓인 선택지 중 고민의 여지를 주는 항목은 인품과 지성인데, 이 대결은 좀 기묘한 형태로 흐른다. 두 선택지가 실질적으로 대결하고 여성의 선택에 의해 우위가 결정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두 남성인물의 대결은 항상 그 자신의 매력 보다는 외부에서 튀어나온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말하자면 여성인물의 오해, 여성 집안의 경제력에 대한 편향된 취향, 혹은 여타 사고들이 어느 남성과 여성이 맺어지는 지를 결정한다. 승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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