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날씨.. by 김상우 - 얼룩소 alookso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7/24

아침나절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친 날이다. 덥다. 후덥지근하다. 이런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도 나는 꿋꿋이 긴소매 티셔츠를 입고 극세사 이불 속에 다리를 담근 채 하루를 지냈다. 덥다는 걸 느낀 건 해질녁 텃밭에 고추나 몇개 딸까 싶어 나갔다가 들어 온 후부터였다. 풋고추를 딴 후 양파 심은 고랑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양파를 이젠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기가 다 시들었거나 옆으로 누워 그냥 두면 이제 썪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줄기가 아직 꼿꼿이 서 있는 애들은 놔두고 쓰러진 애들만 다 뽑고 가위로 줄기를 잘라 주었다. 생애 첫 양파 수확이다. 파라고 생각하고 심은 게 엉뚱하게 양파라는 건 한참을 자란 후에야 알았다. 의도치 않게 심은 양파지만 이제 제법 알이 굵어져 효자 노릇을 하게 생겼다. 우리는 양파를 꽤 많이 먹는 집인데, 특히 나는 양파 애호가인데 왜 여태는 양파 심을 생각은 안했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 땅에 양파가 잘된다는 걸 알았으니 이...

김상우 · 52살 농사짓는 남성

2023/07/25

습한 날씨..

경제/소비자+1 생활/사건사고+2

습한 날씨 양파는 섞기 쉽습니다. 그늘지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놔두면 그나마 오래갑니다. 되도록
빨리 먹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이래저래 관리하기 쉽지 않아요.
생애 처음 양파 수확한 것 좋겠네요. 뭐든 처음이 기분 좋고 설레이지요. 나이들면 점점 그게
적어지는 데 가슴 한켠에 괜히 짠하고 그런지 모르겠네요. 저는 성격이 낙관적이지 않아서 8-9달에
작물을 심고 출하되는 시간이 기대보다는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올해는 가격이 좋았으면 하는 바램이
큰 것 같아요. 실상 그 기대가 맞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가격이 안 나와서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조그맣게 자기가 먹을 수 있을 만큼 텃밭에 이것저것 채소 심으면 좋은 것 같아요. 마트에 가지 않아도 텃밭에
나온 채소를 먹으면 모양이 못나도 잎이 구멍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