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양파 수확.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7/24
아침나절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친 날이다.
덥다. 후덥지근하다.
이런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도 나는 꿋꿋이 긴소매 티셔츠를 입고 극세사 이불 속에 다리를 담근 채 하루를 지냈다.
덥다는 걸 느낀 건 해질녁 텃밭에 고추나 몇개 딸까 싶어 나갔다가 들어 온 후부터였다.
풋고추를 딴 후 양파 심은 고랑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양파를 이젠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기가 다 시들었거나 옆으로 누워 그냥 두면 이제 썪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줄기가 아직 꼿꼿이 서 있는 애들은 놔두고 쓰러진 애들만 다 뽑고 가위로 줄기를 잘라 주었다. 생애 첫 양파 수확이다.
파라고 생각하고 심은 게 엉뚱하게 양파라는 건 한참을 자란 후에야 알았다. 의도치 않게 심은 양파지만 이제 제법 알이 굵어져 효자 노릇을 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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