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인 예술
2023/11/14
예술에 대한 학술적인 활동이란, 예술 요소를 보존하고 분류한 뒤 다른 학문의 이론과 연관 짓는 일이다. 미술을 예로 들면, 어떠한 개념의 시각적인 표상들을 계보로 정립하는 것이 학술적인 예술 활동이다. 계보에 얽힌 맥락을 해설할 때, 이를테면 당대 창작자가 처한 환경 또는 당시 감상자들의 사회적인 배경에 관해 설명할 때, 학제적인 접근이 시도될 수 있다.
우리는 성급하게 다른 학문에 예술성을 끌어오는 것부터 시도하지만 학술적인 예술 활동에서 초점은 학제적인 명제보단 보존과 분류에 더 맞춰 있어야 한다. 문장의 집합인 이론을 검증하고 싶다면, 이론을 만족하는 모형이 어떤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한 예로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재현 회화에서 벗어나는 평면 추상화에 대한 이론을 전개할 때, 그는 조소적인(Sculptural) 표현을 대체하여 비 촉각적인 광학 현상을 포착하려는 인상파 회화와 입체 현상을 평면적으로 해체하려 한 분석적 큐비즘 회화를 모형으로 제시했다. 기존 대가들이 재현하려는 세계란 물체가 조각상처럼 놓여있는 열린 공간이었다면, 모더니즘 회화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굴절된 연속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분리된 물체와 공간이 그려진 ‘입체적인’ 회화는 오히려 환영적이다. 망막에 맺히는 경험 자체를 따진다면 순수한 그림의 이미지는 단일하고 통합된 형태여야 하며, 인상파와 큐비즘의 함의를 추상 회화가 이어받는다는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선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고 그린버그는 결론짓는다. 그린버그가 인상파와 큐비즘으로부터 빌려온 모형은 이론에 최소한의 타당성을 마련하였고, 후대 비평가가 구조를 다시 검증하여 비판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다. 만약 모더니즘 회화가 수집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린버그의 이론은 검증할 수 없다.
일반 사람이 하는 예술 활동은 학술적인 의도를 가진 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예술 활동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고, 그 근거는 각 개인이 가진 예술관에서 도출된다. 예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