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말하지 못한 사랑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2/17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현명하지 못한 질문일 겁니다.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감정이 저마다인데 ‘가장’이라는 최상급 부사가 끼어들 소지가 넓을 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궁금하여’ 언론사가 나서서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KBS가 한국 현대시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국민 설문조사를 했는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한 건 김소월의 <진달래꽃>이었고 시인들 사이에서 으뜸으로 꼽힌 시는 윤동주의 <서시>였다고 합니다. 
   
교과서에 실린 시 이외에는 들여다본 적 없는, 척박 그 자체였던 저의 10대 시절에도 윤동주의 <서시>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워낙 시험에 자주 나오는 시이기도 했고 또 길지도 않아서 아예 외워 버렸기에 지금도 완송(完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이기도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기념사업회
윤동주는 북간도 명동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어떤 중국 사람들은 윤동주를 두고 “조선족 시인” (중국인 조선족이라는 거지요)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조선족 중국인’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이니 썩 경우 없는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더욱이 윤동주의 고향 일대는 그야말로 ‘불령선인’들이 일제 강점기 내내 으르렁거렸던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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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가 두 살 때 일어난 3.1 항쟁 즈음, 간도의 명동 일대에서는 대대적인 만세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훗날 윤동주도 다니게 되는 명동학교 브라스밴드 (그 시대에 브라스밴드라니!)가 시위에 앞장섰고 일본 영사관으로 향하는 시위대에 중국군이 발포하여 19명이 사망하는 참극을 빚기도 했지요. 이들의 합동 장례식 때는 5천명의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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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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