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포인트로 주는 회사... '황당 지시'에 그녀가 한 대응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2/12
인생이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종일 출근해 열심히 일하면서도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되는 날이 있다. 월급을 벌겠다고 상사의 지시에 쩔쩔매야 하는 내 모습이 하찮은 순간도 적지 않다. 자긍심을 갖지 못하고 보내는 나날은 곧 일의 슬픔이다.

그렇다고 기쁨의 순간이 없지는 않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하며 나와 네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는 날들, 서로를 이해하고 더 나은 성과를 올리는 순간의 짜릿함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번 돈으로 저마다의 삶을 꾸리는 건 소소하지만 분명한 행복이며 자부심이다. 오롯한 제 노력으로 삶을 꾸리는 자의 기쁨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자긍심이 된다.

매일 아침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라. 저마다 제 몫의 기쁨과 슬픔을 안고 있다. 어느 기쁨도 한 사람의 전부가 아니고 어느 슬픔도 순전하지 않다. 기쁨과 슬픔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삶을 우리 각자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일의 기쁨과 슬픔 포스터 ⓒ KBS
 
고단한 직장생활 속 뜻밖의 만남

<일의 기쁨과 슬픔> 속 주인공 안나(고원희 분)를 만나보자.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동마켓이 그녀의 직장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가까이서 살펴보면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대표부터 직원까지 모두 영어이름을 쓰는데 상사와의 관계는 케케묵은 구식에 가깝다.

안나는 임원에게 보고할 때 "앤드루가 요청하신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하는 식으로 영어이름 뒤에 극존칭을 섞어 말한다. 외국 회사에서 본 딴 자유분방함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어느 회사에서나 한 번쯤 마주할 법한 비효율도 여전하다. 십오 분 내로 끝나야 하는 스크럼 회의지만 대표 혼자 이십 분씩 떠드니 아침조회처럼 되기 일쑤다. 겉은 스타트업인데 속은 구식 회사나 다를 게 없다.

작품은 매일 판매게시글을 수십 개씩 올리는 유저 '거북이알(강말금 분)'과 안나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으며 흥미진진해진다. 이 유저가 혼자 너무 많은 게시글을 올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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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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