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영조와 사도세자의 대위법

악당출현
악당출현 · 영화라는 프리즘으로 악당을 요리조리.
2024/05/16
이준익 · 2015 · 사도
  영조는 아비이기 전에 임금이었다. 그는 사보다 공이 먼저였고, 가족보다 정치가 우선이었다. 삶과 죽음이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궁궐 속 생리는 영조를 고달프게 했다.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손아귀에 권력을 가득 쥔 채 왕좌를 지키고 싶었다. 따라서 완벽해야 했다. 흠 없는 실력으로 모두를 납득시켜야 했다. 당신들의 임금은 당신들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야 했다. 이를 위해 영조는 학문을 탐했다. 신하보다 똑똑해야 했으니까. 예법에 주목했다. 누구한테도 트집 잡히지 말아야 했으니까. 그리고는 오직 정치에만 집중했다. 그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완전한 왕이어야 했다. 그 누구도 자신 앞에서는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완벽한 임금이어야 했다.
  사도세자는 세자이기 전에 아들이었다. 그는 공보다 사가 먼저였고, 권력보다 자유가 우선이었다. 예법과 원칙이 족쇄처럼 옭아매는 궁궐의 법도는 세자를 답답하게 했다. 어떻게든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유롭게 기질을 펼쳐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본능을 억눌러야 했다. 모범적인 세자로 당당히 일어서야 했다. 자랑스런 아들로 자라나야 했다. 이를 위해 사도세자는 줄곧 아버지의 기준을 맞추려 했다. 자식이 잘 해야 아비가 사는 법이니까. 개혁적인 자세로 국정에 임했다. 아버지가 선보인 탕평의 묘를 계승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는 오직 아버지에만 집중했다. 그는 불완전한 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악당출현」은 영화 속 악당을 통해서 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들을 장식하는 다양한 악인을 바라보며 과연 삶 속에서 악이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지켜보고자 합니다. 악의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악당의 서사를 뒤에서 찬찬히 따라가면서 그들의 면면을 요리조리 살펴봅시다.
5
팔로워 32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