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essay)- 현실이 당신을 실망시킨다 하더라도

남진열
남진열 · 뮌헨살이
2023/06/10
속상했다.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분명히 환한 미소로 ‘예, 예, 예, 예’했기 때문이다. 
   
2003년,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중고 자동차를 구입해야 했을 때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외국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나로서는 경계심을 늦출 수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수중에 돈이 없었다. 당시, 한 달 월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고 있었기에 만약 계획했던 경제가 무너진다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이민생활을 곧바로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짓눌려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여기서 ‘다행’이라는 말은 차의 좋고 나쁨 혹은 좋은 차를 싼 값에 샀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중고차를 구입할 때 ‘이 금액 이상의 자동차를 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그 금액을 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다. 차 값이 비싼 독일, 똑같은 차여도 이상하게 조금은 더 비싼 뮌헨, 거기서 예상 금액을 넘기지 않고 중고 자동차를 살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천만다행으로 구입한 수동식 승용차를 1년 반 정도 사용하고 있을 때 조금은 더 큰 사이즈의 자동차가 필요했다. 교민과 유학생을 돕는 일에 자주 사용되었던 자동차였기에 승용차로써는 짐을 싣기에 한계가 있었다. 적당한 크기의 밴(Van)이 필요했다.
출처: http://gtcarlot.com/colors/car/18168689.html
다시 한 번 이리저리 자동차 매장을 돌아 다녀야 했고 마침내 적당한 크기의 야레스바겐(Jahreswagen) 카니발을 발견했다. 독일에는 새 차인 듯 새 차가 아닌 자동차가 있는데 바로 야레스바겐이다. 이것은 출고된 지 1년 미만에 킬로수도 적은 차를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신차 개념의 자동차를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우연인가. 아니 무슨 필연인가! 내가 처음으로 자동차를 살 때 만났던 중고 자동차 딜러가 그곳에 있었다. 그 사람은 새로운 직장을 찾아 새로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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