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 이케아로 놀러 가기
“우리는 이케아를 소풍의 목적지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 <이케아, 불편을 팔다>, 미래의창, 215P
신혼집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당연히 가구 살 일이 많았다. 다행히 이케아가 그리 집에서 멀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고 조금만 나가면, 파란색과 노란색의 거대한 건물이 반겨준다. 이케아 고양점이다. 보통 사야 할 것들은 많지 않지만, 구경만은 잔뜩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케아를 가는 날은 신이 난다.
이케아는 스웨덴에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가구업체다. 나는 십여 년 전 이케아를 신문기사로 처음 접했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케아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당시에 이에 대해 사회적 반향도 있었다. 뉴스 중 절반 정도는 한국의 기존 가구업체와 소상공인들을 걱정했다. 또 다른 절반의 뉴스는 이케아의 세계적 성공을 치켜세웠다. 양쪽 뉴스 모두를 읽으면서 그때 나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한번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고양에 이사를 오고 나서 그 목표를 이뤘다. 첫 방문은 새로운 탁자를 사기 위해서였다. 나의 20대 동안 모든 가구는 당연히 1인용이었다. 그동안 살았던 작은 방은 의자에 책상 겸 식탁 하나 놓여있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 결혼해서 작은 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이제 거기에 맞는 가구들로 모두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이케아에 처음 가본 날, 그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크기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구업체가 아닌 일종의 테마파크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정문으로 들어가면 방 하나를 이케아 가구들로 꾸며놓은 진열실들이 반겨준다. 각각의 방들은 주제가 있는데, 예를 들어 ‘고풍스러운 취향을 가진 가족의 방’이거나 ‘혼자 사는 즐거움’ 이런 식이다. 그렇게 구경하다 보면 마치 다른 이의 집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기분 마저 든다.
고양이란 도시의 특색인 듯하다. 나처럼 신혼부부나 혹은 이제 아이를 키우는 집이 많다...
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