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다원주의자 김수영

이건주
이건주 · 교사. 문학연구자.
2024/03/16
이문열 소설가가 후원회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공천이 취소되었다. 그 예비후보 변호사는 문학동네 공모에서 소설부분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정치혁명이 상대적 완전을 추구하는 반면 문학혁명은 절대적 완전을 추구한다는 김수영의 말이 떠오른다. 혁명의 시대가 지나고 민주의 시대에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문학인들은 진보든 보수든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생산하는 이데올로그로 전락하기 쉽다. 김수영이 좌우 이념대립에서 벗어나 제3지대 다원주의자의 길을 제시했던 이유도 상대적인 진영주의자로 전락하기 쉬운 정치혁명이 아니라, 절대적 완전을 향한 문학혁명을 추구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시인이나 소설가 등의 문학예술인들이 현실 정치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근대문학이 초기부터 좌우 이념 대결의 중심에 있었고, 특히 좌파 문학인들이 문학의 선동적인 힘을 정치투쟁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것을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한국에서 좌파 계급문학은 일본 식민지 지배 상황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1919년 3·1 운동 이후 당시 러시아 혁명으로 구체화된 마르크스주의와 결합되면서 조직적으로 확대된 것이 바로 계급문학운동이다.

식민지 시대 계급문학운동은 1925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카프)의 결성과 함께 조직적으로 실천되기 시작했다. 카프의 이념적 노선과 그 실천 방법을 규정해 놓고 있는 <무산계급 예술운동에 대한 논강>(1927)에서는 일본 제국주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조선 민중의 민족적 정치 투쟁을 위해 문학을 비롯한 예술운동이 무기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 예술운동은 정치투쟁을 위한 투쟁예술의 무기로서 실행된다.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은 대중에게 이 투쟁 의식을 고양하며, 이것의 교화운동을 위하여 조직하며, 그리하여 우리는 무산계급예술운동의 역사적 임무를 다할 것이다."

당시 카프의 핵심이었던 박영희와 김기진의 내용 형식 논쟁에 대해 권영민 교수는 두 가지 차원에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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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국어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논문 [김수영의 다원주의 시론 연구](2021) 발표. 『K-대학입시』(2024) 저자. [학교나침반] 네이버 카페 운영자. [학교나침반TV] 유튜브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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