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에게 묻다; 마틴 니콜슨 03
2023/08/27
TV는 영화와 달리 작가의 매체로서, 감독의 영향력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디렉터스 컷 기간에 아무런 노트도 주지 않는 감독을 본 적도 있다.
쇼러너는 그 쇼의 가장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이를 끌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감독은 말하자면 시나리오 속에 있는 이 비전과 톤을 구현하기 위한 재료를 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에디터는 이 재료를 쇼러너의 비전에 맞게 꾸미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TV 감독들 중에서도 아주 좋은 감독들은 이 시나리오 속에 담긴 비전과 톤을 실현시키는데 집착한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 감독의 개성, 자신의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들어가게 된다.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점은 순수히 에디터와 감독, 둘의 작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총괄 프로듀서가 이런 저런 의견을 낸다. 스튜디오가 이런 저런 지시를 한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감독의 비전이고, 에디터는 바로 그 감독과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영화 볼 때 관객은 두 시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화면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난 언제나 영화는 꿈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꿈을 꾸다 깨어나는 것이다. TV는 다르다. TV엔 중간 중간 광고가 들어간다. 네트워크 쇼가 아닌 HBO, 쇼타임, 혹은 넷플릭스 등과 같은 곳에서 방영하는 쇼에는 중간 광고가 없기 때문에, 비록 영화보다는 짧지만, 영화에서와 같이 꿈을 꾸는 듯한 흐름에 빠질 수 있다. 네트워크 쇼는 이게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30분짜리 쇼에서조차도 5분마다 광고가 들어간다. 이렇게 중간 광고가 들어갈 때 개인적으로 느끼는 문제점은 이런 광...
미국과 한국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편집합니다. 미국 드라마 <Roswell, New Mexico> <The Bold Type>, 한국 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