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페미니즘을 작품에 담으려면.
2023/03/20
<지구 끝의 온실>은 김초엽 작가의 SF소설이자, 첫 장편이다.
전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을 통해 워낙 호평받던 작가였고, 천선란 작가와 더불어 SF계에 서 주목받는 젊은 여성작가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젊은 여성작가의 경우, 페미니즘과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에서 녹여내는 경향이 있다. 특히 SF는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이 전하는 '이상'이 실현된 무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는 작가가 본인의 사상을 작품에 녹여내는 시도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서 거부감 없이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이야기 속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그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여간 쉬운 일은 아닌 데다가, 단순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메시지까지 담아야 하기에 훨씬 난이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얼마나 작가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는 본인의 역량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이 호평을 받았던 이유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기 때문일 테다.
다만 이번 작품인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그 역할을 잘 수행해내지 못했다. '페미니즘적 메시지와,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쳐버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좋은 스토리란 무엇일까? 문학, 취향, 예술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중성은 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결국 대중에게 읽혀야 한다. 그리고 좋은 스토리, 즉 읽히기 위한 글을 위한 필수 요소가 있다. 바로 갈등이다. 갈등이 없는 이야기는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없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 때부터 꾸준히 들어왔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