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무중력으로 - 영화 <가가린> 리뷰

혜미
혜미 · 사회정책을 보고 읽고 씁니다.
2023/02/26
비행체가 하늘로 발사되는 소리. 폭탄에 의해 땅에서 집기가 무너지는 소리. 전자는 출발을 의미하고, 후자는 끝을 의미하지만 영화 《가가린》에서 두 사건은 엇비슷한 소리를 낸다. 이 영화는 굉음으로 끊임없이 관객의 머리와 몸을 깨운다.
영화 스틸컷

영화 속 배경은 2019년에 철거된 프랑스 파리 남부의 ‘가가린 주택단지(Cité Gagarine)’다. 철거되기 직전 영화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가린'은 1960년에 프랑스 공산당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 단지로, 러시아 최초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붙였다. 그렇기에 영화는 종종 실제 상황을 담은 영상을 교차로 보여준다. 1963년, 유리 가가린이 주택단지를 찾아와 인사하는 장면을 비추는것이 대표적이다.

장르로는 SF영화이긴 하나, 영화에 유리 가가린이 환상처럼 등장하거나, 프랑스 공산당이 영웅처럼 나오지는 않는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1970년 이후 프랑스에 탈산업화가 진행되며 노동자들이 떠나고 그 자리를 이주민과 빈민들이 채우게 되었던 사실과 일치되는 전개다. 그렇게 그곳에 살며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유리(알세니 바틸리)' 라는 인물이 영화를 진행시킨다.

‘집'이 ‘건축물'이 될 때

유리는 ‘가가린'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이다. ‘집’이 ‘위험 건축물’로 분류되어 ‘철거'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고장난 이곳 저곳을 수리하고, 가가린 단지의 수명처럼 깜빡거리는 조명들에 빛을 달아준다. 그렇게 서먹하고 척박했던 주택단지에 다시 생기가 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안전 조사단이 방문한 그날, 한 주민이 불을 지른다. 그리고 가가린은 철거 판정을 받는다.

실제로 2018년 말 마르세유에서 건물 내 가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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