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같은 사람을 만나는 행운에 관하여, 유지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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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1/17
서울에 살다 보면 작가를 만날 일이 생각보다 많다. 북토크나 북살롱을 찾아가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문화센터 강좌나 공연전시 또는 어린이 체험장이라던가 독서모임 같은 만날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모든 작가가 그들의 저서와 같다고 생각해서 상처도 많이 받았더랬다. 책은 사람의 정수를 담았기 때문에 책을 바탕으로 사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글은 사람을 반영하지만 사람은 글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작가들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독서 모임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출판사의 편집자들이나 책방 사장님들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1) 끼리끼리 놀고 있어서 비슷한 이야기가 공회전하고 있거나 2) 정말로 책과 사람은 좀 거리를 두어 생각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을 보며 상상한 이미지와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반갑고 두렵다. 책과 사람이 모두 가식일 가능성도 존재하니까. 


■ 책

유지원은 과학자의 머리와 디자이너의 손과 시인의 마음을 가진 인문주의자가
박찬욱(영화감독)

색상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의 단순한 디자인이 이상할 정도로 책소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펼쳤다. 모르는 작가였기 때문에 지은이 설명을 건너뛰고 발행인, 지은이, 창립일, ISBN을 대충 훑은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자의 논리는 인간의 몸, 즉 당신의 신체 능력과 정서에 맞춰진다. 우리의 시력에는 한게가 있다. 극도로 작은 글자를 보면 눈이 미세한 형태를 감별하지 못해 디테일의 탈락이 일어난다. 글자는 우리 신체의 이렇듯 유한한 한게를 꾸짖거나 나무라지 않고, 다독다독 보살피고 보호하도록 만들어진다.

글자 풍경 / 유지원 / 을유문화사 / 2019

그런데 문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간판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국의 풍경이나 다양한 글자 사진만 봤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글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글자의 모양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놀랍도록 섬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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