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커뮤니티>, 당신과 나의 안녕을 빕니다

최지은
최지은 인증된 계정 · 여성과 대중문화에 관해 씁니다.
2024/03/29
<안녕 커뮤니티> 글·그림 다드래기 (창비)

노인이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성장은 이미 끝나 노화의 길로 접어든 지 한참 되었음을 실감할 때마다 두려워진다. 빈곤, 질병, 고독 등 아직은 닥치지 않은 괴로움이 상상 속에서 꼬리를 물고, 고독사나 존엄사에 관해 떠올리는 일도 부쩍 늘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나이 든 사람으로 계속 살아가는 일은 어떤 것일까. 마흔 살 생일선물을 골라 보라는 친구들에게 다드래기 작가의 『안녕 커뮤니티』를 얘기한 건 조금은 충동적인 마음에서였다. “우리 동네 고독사 방지 모임에 초대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표지에서 와글대는 노인들의 얼굴이 나를 붙잡았다. 우리 얘기 한 번 들어보라는 듯 생동감 넘치는 표정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의 선물이었다. 

재개발이 살짝 비껴간 동네 문안동, 10년 전 상처한 홀아비 방덕수가 자신의 건물에 세 들었던 사진관 박 씨의 고독사에 충격을 받고 가까운 동네 주민들을 모아 ‘문안동 안녕 연락망’을 만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매일 아침 일어나 순서대로 전화를 걸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이 연락망에는 방덕수를 비롯해 자전거포의 김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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