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한국어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단어 두 가지를 뽑으라 한다면 < 아무 > 와 < 가만 > 을 뽑을 생각이다. < 아무 ㅡ > 에 대한 단상은 틈틈이 써놓은 글이 있기에 제외하고 오늘은 < 가만 ㅡ > 에 대해 내가 그동안 이 녀석을 스토킹 한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일종의 관찰 일기'인 셈이다 . 양 양(ㅡ壤)과 불미스러운 일로 고성이 오간 적이 있었다. 나도 쉽게 물러나는 성격은 아니어서 나중에는 고성이 철원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 문장에서 웃는다면 당신은 내 유머 코드를 정확히 이해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그때 양 양'이 나에게 협박을 하며 했던 말이 " 이대로 가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 였다. < 가만 > 이라는 부사가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 없는 상태를 지시하는 단어이니 이제부터는 분주히 움직이며 사람들에게 아무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달라, 그녀는 분주히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아무 말(흉)이나 해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동분서주, 발품을 팔며 흉을 보는 이를 이길 재간은 없었다. 아, 흉보는 일도 부지런해야 하는구나. " 가만히 있어 ! " 라는 말은 "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나 지켜( 혹은 분수를 지켜) ! " 라는 말과도 맥락이 통한다.
남의 일에 나서지( ㅡ stand up) 말고 자기 자리에 앉아( ㅡ sit down) 있어, 라는 의미이다. < 가만 > 은 장소와 분수를 내포하는 것이다. 이 언어의 욕망을 이해하면 남성이 여성을 비하할 때 흔히 사용하는 " 집에서 밥(이나 빨래, 애, 설겆이, 청소)나 해 " 라는 말의 행간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 여자의 자리는 집안'이요, 여자에게 집 밖 나들이는 분수도 모르고 주제 넘는 월경인 셈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여자답다, 아이답다, 어른답다, 처녀답다 _ 라는 말속에는 자신이 소속된 자리에 가만히 있을 때 얻게 되는 칭찬이다.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 며느리의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소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