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다싸
하다싸 · 묵주와 책 이야기
2023/05/23
나의 이야기는 따돌림의 경험을 배제하고 논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나에게서 밝은 얘기만을 듣기 원한다면 번지수 잘못 찾은 것이다. 간혹 내 이야기가 너무 어둡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굳이 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나는 그런 분들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왕따 경험은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간은 12년, 그러니까 매 학년마다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보통 왕따를 당하면 길어야 하루이틀인데 나는 그 이상이었다. 학년이 올라가도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 계속 괴롭혔다. 발로 차이고 얻어맞는 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일전에 모 방송국 작가님께서 내 서평을 보시고 연락을 주셨는데 나는 거리가 멀어 방송국까지 못 가고 인터뷰도 못 하게 됐다. 처음에 전화가 왔을 때 나는 학폭 피해내용을 최대한 기억나는대로, 있는대로 다 끄집어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른 반 남자아이가 내게 고함을 질러대며 발로 까대던 것부터 고등학교 때 다른 반 여자애가 날 볼 때마다 깔깔대며 지나가던 것까지 낱낱이. 

요즘 학교폭력, 왕따가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내가 다닐 때는 왕따를 시켜도 쉬쉬하고 넘어가고 무사히 졸업까지 시켜줬는데 요즘은 생활기록부에 남긴다고 한다. 나한테는 곁에 있어주고 무작정 편들어주고 하는 사람이 가족 포함 아무도 없었는데 매체에서는 든든한 조력자가 한두 명 정도 등장한다. 

따돌림의 기억은 성인이 되어 인간관계에 큰 지장을 준다. 조금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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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고 공부하며 가끔은 묵주도 만드는 사람입니다. 하다싸는 에스테르 왕비의 옛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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