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숲속의 나의 방-버지니아 울프 다시 읽기
2023/12/20
바다가 보이는 숲속의 나의 방-버지니아 울프 다시 읽기
내가 사는 동네엔 큰 서점이 수년 전까지 있었다. 그곳은 나의 쉼터이자, 새로 나온 책들을 구경하거나 읽으며 여유를 부리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때로는 상념에 젖어 때로는 고민에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러 그곳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큰 매장에 따른 임대료의 부담으로 그 서점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리고나서 나는 편히 앉아 책도 읽고 쉬기도 하는 나의 쉼터를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조금 걸어가면 작은 또 다른 작은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며칠 전 주룩주룩 내리는 겨울비를 뚫고 그 서점엘 갔다.
작고 아담했다. 말린 작은 장미꽃들이 꽃병에 꽂혀 있고, 은은한 노란 불빛을 밝히는 천으로 된 낮은 스탠드가 역시 낮은 탁자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의 임박한 폭설의 위기를 알리는 듯한 빠른 바이올린 음이 때마침 숨 가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책꽂이의 여러 책들을 둘러 보다가 반가운 제목의 책을 골랐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었다. 끝까지 읽지 못했던 책이다. 다시 겨울비를 낭만 삼아 조금 걸어와 이번에는 집 근처의 유명 브랜드 카페에...
내가 사는 동네엔 큰 서점이 수년 전까지 있었다. 그곳은 나의 쉼터이자, 새로 나온 책들을 구경하거나 읽으며 여유를 부리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때로는 상념에 젖어 때로는 고민에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러 그곳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큰 매장에 따른 임대료의 부담으로 그 서점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리고나서 나는 편히 앉아 책도 읽고 쉬기도 하는 나의 쉼터를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조금 걸어가면 작은 또 다른 작은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며칠 전 주룩주룩 내리는 겨울비를 뚫고 그 서점엘 갔다.
작고 아담했다. 말린 작은 장미꽃들이 꽃병에 꽂혀 있고, 은은한 노란 불빛을 밝히는 천으로 된 낮은 스탠드가 역시 낮은 탁자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의 임박한 폭설의 위기를 알리는 듯한 빠른 바이올린 음이 때마침 숨 가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책꽂이의 여러 책들을 둘러 보다가 반가운 제목의 책을 골랐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었다. 끝까지 읽지 못했던 책이다. 다시 겨울비를 낭만 삼아 조금 걸어와 이번에는 집 근처의 유명 브랜드 카페에...
“믹스 커피 한잔, 여성신학 한스푼,”“방구석 여행가들의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니?(공저)” 등의 책을 썼습니다. “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공역),” “뚱뚱한 예수(공역)” 등을 번역했습니다.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즈’에 비정기로 글을 기고합니다. 여성신학 박사로 강의를 했고, 여성, 사회,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한글 및 영어 에세이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