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이야기로 우리 시대의 절실함을 드러내다 : 젤리빈 <어둠이 걷힌 자리엔(1-5, 완)>, 손봄북스, 2023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12/20
만화문화연구소╳알라딘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선정작 리뷰 #4
젤리빈 <어둠이 걷힌 자리엔(1-5, 완)>, 손봄북스, 2023

(사)한국만화가협회와 알라딘이 매월 선정된 출판만화 중에서 2023년 올해의 출판만화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 올해의 출판만화 후보작들의 리뷰를 올립니다.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선정작 전체 보기)

'저 세상'이야기를 하는 호러만화들이 딱 이만큼의 상상력과 예의를 가져주길 바랐다. 귀신도 세상도 무서운 이들을 위한 아름답고 다정한 기담집. (최윤주, 만화평론가)

인간이 아닌 존재를 감지하는건 낯설고 불편하다. 이성보다 정서가 먼저 작동한다. 정서는 이성보다 우선해 내가 마주한 존재가 기이한 것일까, 아니면 으스스한 것일까를 고민한다. 마크 피셔는 “기이한 존재 혹은 대상은 너무나 이상해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혹은 적어도 여기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느끼게 한다.”라고 설명한다.(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구픽, 2019, p20)
낯선 존재와 대화에서 시작하는

우리는 마주한 존재가 기이한 것이라 판단되면 매혹되고, 기이하지 않고 으스스한 대상으로 생각하면 피하려 한다. 마크 피셔가 러브크래프트를 들어 설명한 기이한 것에 대한 매혹은 남북조 시대 지괴(志怪)를 거쳐 당대 전기(傳奇) 소설로 구체화되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기이한 것’에 대한 서사에 한국, 일본 모두가 매혹되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다른 세계를 넘나들고, 귀신과 만나 연애하고, 신선을 만나는 숱한 이야기들이 한국에서는 사라졌고, 일본에서는 흥했다.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이데올로기에서 전기성(傳奇性)은 타파되어야할 구습(예컨대 ‘미신타파’) 정도로 받아들여 졌으니, 만화에서는 언감생심이었을터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만화에서 전기성이 조금씩 회복되다 21세기 웹소설-웹툰에서 폭발했다. 현실에서 나의 분투와 고난이 절망으로 이어지지만 ‘회기, 빙의, 환생’을 통해 만난 새로운 세계에서 자산이 된...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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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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