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순수함을 찾아서

Guybrush
Guybrush 인증된 계정 · 웹소설 씁니다.
2024/03/10
에네르기파에서 에네르기가 사실은 에너지라는 걸 알게 되었을 무렵, 내 소년기도 끝났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재밌었던 <드래곤볼>이 차츰 유치하게 느껴졌고, 더이상 연재를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인조인간편을 건성으로 보다가 셀이 천하제일무도회를 따라한 부분까지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마인부우 이후는 더이상 관심이 없어졌다.

반에서 자율학습시간에 돌아다니는 만화책 중에도 <드래곤볼>은 없어졌다. 대세는 <슬램덩크>로 넘어갔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드래곤볼>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20대, 30대를 넘어서면서 이상하게 때때로 <드래곤볼>을 다시 보고 싶어지곤 했다. 레드리본군, 피콜로와 싸우던 어린 시절의 손오공이나 최고의 라이벌 베지터를 만나고, 계왕권을 익힌 후 우주를 건너 프리더와 싸우고, 셀과 싸우는 장면을 다시 찾아보곤 했다.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 <드래곤볼>은 셀과의 싸움으로 끝나 있었다. 그래도 마인부우 편도 끝까지 보기는 했다. 아들 손오반으로 세대 교체를 했음에도 어떻게든 손오공을 하루라도 되살린 건 (요즘 표현으로는) 뇌절이긴 하지만, 베지터가 합체하는 장면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었다. 마인부우가 둘이 합체한 베지트를 사탕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그건 우주 최강의 사탕이었다.

마지막에 모든 지구인의 힘을 빌려 원기옥을 모으는 장면은 대단원의 마지막으로 손색이 없었다. 손오공을 대신해 인류의 구원자 코스프레를 하는 미워할 수 없는 미스터 사탄의 캐릭터도 빛났다.

<드래곤볼>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이었는지, 토리야마 아키라의 그림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드래곤볼>이 IP 활용과 미디어 믹스에 얼마나 선구적이었는지, 토리야마 아키라가 이 작품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같은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런 걸 자세하게 다룰 만큼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런 이야기가 별로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드래곤볼>이니까.

<드래곤볼>에는 수많은 인상적인 캐릭터가 있었다. 사이어인의 로얄 혈통이지만 끝내 손오공을 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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