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문학의 모더니즘적 전개양상 - 「오감도」를 중심으로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7/28
이상의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인 「오감도」가 처음 실린 신문


이상 문학의 모더니즘적 전개양상 - 「오감도」를 중심으로
   
임종시에 그는 레몬을 달라 하여 그 냄새를 맡아 가며 죽어갔다. 이것은 확실히 불우한 徒刑囚의 사치한 마지막 의지에서였다. 인생을 아름다운 베일 밖에서 내다보고 있는 순박한 어느 소녀의 죽음과도 방불한 그의 최후에선 평시에 풍기고 있던 처절한 아이러니도 시니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箱은 나와는 다른 존재이다. 나는 그러한 상의 세계에서 도망쳐 나오고 싶은 것이다.’라는 그의 서한문의 비장한 고백과도 같이, 숨막히는 역사의식과 현대의식의 元體인 선악과의 냄새가 아니라 사실은 레몽에서 풍기는 향내에 취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가 평생을 두고 맡아 온 냄새는 의식이라는 선악과의 냄새였을 뿐이며, 끝내 화려한 레몽의 홍수 같은 향기란 마음에 간직한 영원한 동경이었다. 죽음에 이르러 레몽의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끝내 완수하지 못한그 의욕의 조그만 모형적 실험을 의미할 뿐이다.
   
우선 이상이 왜 ‘鳥瞰圖’가 아니라 ‘烏瞰圖’로 시제를 취했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승훈은 이어령의 견해를 빌어 ‘烏瞰圖’란 까마귀와 같은 눈으로 인간들의 삶을 굽어본다는 뜻이라 하여, 암울하고 불길한 까마귀를 통해 부정적인 생의 조감을 예시하는 시적 분위기를 나타내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텍스트 체계를 근거로 하여 도출한 게 아니고 ‘오’자의 뜻, 즉 기의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한 해석이다. 

김윤식은 ‘조감도’가 총천연색의 세계라면, ‘오감도’는 1획을 제거하여 추상화한 흑백의 세계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정호는 “시인인 작가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의미를 찾으라는 폭탄 선언”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눈은 결국 자의식의 세계만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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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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