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숙 <개> : 인간보다 더 인간을 신뢰한 개의 이야기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04

한국 사회에서 '개'는 반려 동물과 농장 동물의 경계에 놓여 있다. 운 좋은 개는 한 집안의 식구로서 평생 사랑받으며 살지만, 부조리의 수레바퀴에 끼여 팔려간 개들은 불법 업소에서 도축되어 사라진다. 아니,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누군가에게 '개'는 반려동물이면서 농장 동물이기도 하다. 작년 8월, 전라북도 정읍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복순이 보신탕' 사건을 살펴보자. 2019년 복순이는 주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온 동네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짖어댔다. 개 짖는 소리에 집안을 들여다본 이웃 덕분에 주인은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져 구사일생했다. 하지만 충성심 강한 삽살개 '복순이'는 집 지키는 똥개였을 뿐, 한 집안의 구성원이 아니었다.

어느 날 복순이가 피를 철철 흘릴 정도로 심하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동네 주민이 복순이가 자신의 반려견을 물어 화가 났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두른 것이었다. 당시 복순이를 키우던 60대 여성은 다친 복순이를 병원에 데려갔으나 치료비가 150만 원이라는 말에 집으로 되돌아갔다. 남편이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데다 생활고까지 겪고 있어서 도저히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힘든 사정이 있을진대 어찌 그를 함부로 비난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가난한 살림살이가 아니라 견주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견주는 아파서 골골대는 복순이를 인근 식당에 식재료로 팔아넘겼고, 식당 사장은 다친 복순이를 노끈으로 묶은 다음 나무에 매달아 숨지게 했다. 이 사실을 접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식당 냉동고에 보관된 복순이의 사체를 찾아 장례를 치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은 공론화되었다. 그렇게 견주와 식당 사장, 복순이를 두들겨 팬 주민까지 모두 검찰에 송치되었다. 과연 법은 주인을 살리고도 버림 당한 복순이의 한을 풀어줬을까? 안타깝게도 혐의는 전부 인정되었으나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로 막을 내렸다. 

견주는 어려운 형편이 참작되어 기소유예 처분이 떨어졌고 식당 사장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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