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이었다 그리고 겨우 #스물 아홉이었다.

세하
세하 ·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잘하는걸 해라.
2023/07/18
#서른여섯이었다 그리고 겨우 #스물아홉이었다.

서른 여섯, 어렵다. 참 쉽지 않다. 
관계에 묶여 살다 보니 다 버리려 해도 칭칭동여진 것이 쉽게 풀리지도 않을 모양이다.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또 다른 나란 관계에 묶여 이도 저도 못하면서도 
그것이 아직은 무엇인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아이들. 
미안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내 태 안에서 나와 주어서 감사한다. 
부족한 애미의 태 안을 빌어 나왔어도 녀석들이 제법 잘 자란다. 
공부도 그 정도면 스스로 할 만큼은 하고 건강하다. 
이젠 피곤한 엄마를 위해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아침을 차려 먹기도 한다. 
아직은 어린데...

기어이 짧은 머리를 혼자 묶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딸애가 엄마를 깨워 말한다.
"엄마 된장국이 상했나 봐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먹으면 안돼 먹으면..."
애들이 키득거린다.
대견하게도 먹지 않았다 한다. 
남겨진 식탁엔 잔 멸치들만 굴러 다닌다.

아들 녀석의 실내화는 빨아져 있는데 딸아이의 실내화는 보이지 않는다.
한 켤레의 실내화는 어디로 갔을까? 
아이는 새로 한 켤레 사고 싶은 눈치지만 부쩍 크는 아이들 방학이 끝나면 또 얼마나 발이 커지려나 싶어 
그대로 모른 척 더러운 지난주의 실내화를 들려 보내고 만다.

아이들과 책 읽기를 하고 있다.
책장의 세 칸을 비운다.
한 칸은 내 꺼. 또 한 칸은 아들 꺼. 또 한 칸은 딸내미 꺼.
녀석들이 한 달 간 한 칸을 채우면 상금으로 만원을 더 주겠다 약속한다. 
한 달 용돈이 만원인 녀석들은 춤을 추고 환호성이다. 

공부하라고 쪼기만 하는 엄마를 피해 
언제 보았는지 아침이 되면 녀석들이 들고 나오는 책들이 거실의 책장에 꼽힌다. 

녀석들의 취향이 그대로 나온다.
아들 녀석은 백과 사전류인 수학1. 수학2.... 
기가 막힌다. 
저런 책으로 독서를 하다니. 
녀석이 제일 재미있어 하는 책이다. 아이의 방엔 수학 3이 남겨져 있다. 

딸아이는 이제 내가 즐겨 보던 소설을 읽는다. 
공허의 1/4. 물의 가족... 
아이들에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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