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다케시마 조례안’ 통과시킨 그 현장을 떠올리며

박철현
박철현 인증된 계정 · 끊임없이 묻는 사람
2023/04/09
3월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4년부터 사용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현재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독도 영유권 주장 내용을 싣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쓰여 왔던 ‘일본군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이라는 문장 앞에 ‘스스로 지원해서’라는 추가 수식어를 넣도록 각 교과서 출판사들에게 권고했다. 말이 좋아 권고일 뿐 사실상 행정지침이므로 아마 내년부터  일본의 모든 초등학생들은 이렇게 배우게 될 것이다.

타이밍이 참 묘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6일과 17일 양일간에 걸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G20 같은 국제적 이벤트에서 약식으로 잠깐 만나 인사 나누는 한일정상회담이야 문재인 정권 시절에도 있었지만, 한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건 이명박 대통령 이후 무려 12년만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던 2015년 아베 전 총리가 한국을 찾아왔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8년만이다. 

어떤 의미에선 그동안 얼어 붙었던 한일관계를, 국가간 외교의 대원칙인 ‘기브앤테이크’ 정신에 입각해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됐다. 하지만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한국이 100% 양보했다. 윤석열 정권 역시 “우리가 먼저 통 큰 양보를 했으니 일본 측의 후속 대응을 기대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런데 우리는 불과 열흘만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 그리고 ‘조선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해서’라는 일본정부 문부과학성의 공식 발표를 들었다.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후속 대응이 이런 거였냐? 라며 분노하는 기사나 칼럼들은 차고 넘치니 그것들을 참고하면 되겠다. 

다만 나는 의아할 뿐이다. 어떻게 이번 정권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모를 수 있나라는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라 해도 되겠다. 

참고로 나는 2001년 일본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도쿄에 살고 있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는데 운좋게 현장 저널리스트 생활...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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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칼럼니스트.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어른은 어떻게 돼?>, <이렇게 살아도 돼>,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쓴다는 것>을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본업은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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