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트로①> 분리수거장의 스피커, 자동연상의 시작
2023/10/24
*얼룩소에 가입한 직후에 <나의 레트로>를 잇달아 3편 올린 적 있습니다. 그러다가 실수로 탈퇴하면서 레트로 ①편, ②편, ③편도 얼룩소에서 내 이름으로는 뜨지 않게 됐습니다.
찾아보니 ①편은 완전히 사라지고 ②편과 ③편이 익명의 얼룩커가 올린 글로 남아 있기는 한데, 축축한 안개의 바다를 떠도는 유령선 같아서, 내 이름을 달아 다시 올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재미나게 읽으시고 성원도 보내주시옵기를.
<나의 레트로①> 버려진 스피커, 자동연상의 시작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스피커 하나가 나와 있었다. A4 용지 반 장 크기로, 작고 허접하고 생채기가 많았다. 때 묻은 은색이 싸구려 티가 심했다. 시집간 지 10년이 훨씬 넘은 내 딸 중학생일 때 사준 I 사의 국산 오디오 스피커보다 훨씬 못했다. 그냥 지나칠 일인데, 스피커 앞면 브랜드를 보고 멈췄다. ‘알텍-랜싱(Altec-Lansing).’ 내 한창일 때 ‘로망’이었던 ‘알텍’이었다. 40여 년 전, 세운상가 오디오 전문점에서 두어 번 들어보고 침만 삼켰던,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 그렇게 갖고 싶었던 ‘명품’ 스피커 브랜드였다.
쭈그려 앉아 살펴보았다. (주워올 생각은 절대 아니었음.)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 볼수록 조잡했다. 컴퓨터 살 때 따라오는 장난감 같은 스피커보다도 못했다. “알텍도 망해서 중국으로 넘어갔구나” 생각하면서 일어났다.
몇 걸음 움직이는데, 예전에 탐만 냈지 가질 수는 없었던 오디오 기기들이 눈앞을 흘러 지나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갖게 된 내 ‘기계’와 내 ‘나팔’, 이 기계와 나팔로 즐겼던 음반...
하드리아누스 …, 스미스, 미제스, 하이에크, 자유, 시장경제, 나보코프, 카잔자키스, 카뮈, 쿤데라, 마르케스, 보르헤스, 무질, 브라이슨, 마그리스, 미당, 서정인, 김원우, 안동, 낙동강, 빈, 에든버러, 다뉴브, 겨울 지중해, 석양의 수니언 베이, 비 젖은 오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