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꽃샘 추위에 삶이 추운 분들께
2024/06/24
<늦봄>
- 권상진
- 권상진
뭘 해도 안 풀리던 장남이
외곽지 도로변에 기사식당을 열었다
가로수 벚나무가 입구까지 꽃길을 내고
홍매화가 마당을 두른 낡은 건물이었다
주방까지 가득 들어찬 꽃향에 홀린 듯
봄날에게 적지 않은 권리금을 지불하던 날
봄이 허겁지겁 돈을 챙겨 넘던 산허리께엔
산복숭꽃이 드문드문 흘러 있었다
열흘 남짓 만개했던 꽃잎 화르르 무너지고
걱정이 새순처럼 싹을 밀어 올리는 사월
등꽃 꽃창포 목단 싸리 국화
꽃은 이제 뒷방 화투 패에서나 순간처럼 피었다 지고 있었다
입하 지나 대문께 감꽃 터지는 소리 쪽으로
엄마가 고개를 돌리며 한마디 놓는다
큰넘 살림도 이제 좀 피야 될 낀데
굽은 허리가 고향집에서 산나물을 무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