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해결할 수 있을까?

라이뷰

학교 폭력, 해결할 수 있을까?

'더 글로리'와 '약한 영웅'이 남긴 물음표

민용준
민용준 인증된 계정 · 영화 저널리스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2023/01/06
종종 영화제에 출품한 단편영화 심사를 할 때마다 소위 ‘학폭’이라 일컫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룬 작품을 적지 않게 본다. 영화제에 출품된 단편영화는 대체로 영화 산업에 투신하고자 하는 20대 초중반 연령대의 창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학창 시절의 감각이 여실한 나이대의 창작자에게 피부로 와닿는 주제이자 소재가 바로 ‘학폭’이라는 것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학폭이라는 소재는 그야말로 현실반영인 셈이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자면 현재 10대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학폭’이란 특수한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타인의 삶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경험하거나 감당하거나 목격해야 하는 실시간의 삶으로 다가오는, 그 나이대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자연법칙 같은 것일까, 문득 궁금했던 적이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배우 송혜교가 냉정한 복수의 설계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찍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웨이브에서 공개된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이하, <약한 영웅>)은 영화 <차이나타운>과 <뺑반>, 드라마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이 CP를 맡은 작품으로 공개 이후 해당 플랫폼 유료 가입자 견인 지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팬덤을 형성하고 호평을 끌어낸 작품이다. 학폭을 소재로 둔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OTT플랫폼에서 공개된 건 폭력성을 묘사하는 수위가 방송국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가학적인 폭력을 동원한 괴롭힘을 묘사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끔찍하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공분을 자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하지만 두 작품은 적나라한 가학적 묘사로 공분을 자극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두 작품의 차별점은 ‘복수’나 ‘응징’이라는 단어로 환기되는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는, 피해자의 역습과 대항을 주요 서사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복수’는 ‘원수를 갚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여기서 ‘원수’란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응징’의 사전적 정의는 ‘잘못을 깨우쳐 뉘우치도록 징계함’이라고 한다. 복수와 응징은 비슷한 단어 같지만 세계관이 다르다. 복수는 보다 사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비윤리적 혹은 범법적 방식까지 포괄해서 지칭할 때 쓸 수 있는 단어처럼 보인다면, 응징은 합법적이고 규범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처벌을 지칭할 때 보다 어울리는 단어처럼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전적 정의를 앞세워 단어의 의미를 구획한 건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란 식의 우리말 사랑을 주창하기 위함이 아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와 <약한 영웅>을 비롯한 몇몇 드라마로부터 발견한 모종의 공통점을 짚어보기 전에 일종의 운기조식을 하듯 해당 언어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함이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집필, 방송, 강연, 모더레이팅 등, 글과 말과 지식과 관점을 팔고 있습니다. 13인의 감독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를 썼습니다. | mingun@nate.com / @kharismania
8
팔로워 55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