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약함을 믿을 때 쓰는 것은 쉬워진다 -

김싸부
김싸부 · 한줄로 소개 못함
2022/09/14
나의 나약함을 굳게 믿는다면 쓰는 것은 한 없이 쉬워지기도 한다. 글을 쓰니까 생각이 많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요즘 같이 아이 둘이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생각이 뭐였는지도 까먹곤 한다.

   그나마 글을 쓸 때, 그제서야 아 내 안에 이런 생각들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긴 했구나 하고 눈으로 증거를 확인하고 안정을 취한다. 나는 쓰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구나, 아니 생각을 하지도 않고 사는구나. 이런 나약함을 믿을 때 쓰는 것은 자연스러워지고, 쉬워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읽으면서 느꼈는지 추상적이다. 어떤 울림이 분명히 있기는 있었는데 그걸 쓰지 않으면 정말 순식간에 휘발 된다. 뭐라도 써야지 아 이런게 보였구나, 느껴졌구나, 깨달았구나 그제서야 알게 된다. 여운이 남아서 쓰는게 아니라, 쓰면 여운이 남게 된다. 이런 나약함을 믿을 때 쓰는 것은 자연스러워지고,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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