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얘랑 아는 사이였던가? 어떻게 아는 사이였나? 솔직히 나는 얘 이름도 모르는데 얘는 내 이름을 알고 반갑게 인사하길래 떨떠름하게 받아줬다. 언젠가 교양수업에서 팀플을 잠깐 같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분명 내가 버스태웠던 무임승차원 중 한 명이겠는데. 별안간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던진 말이 황당했지만 또 내겐 너무나 익숙하기도 했다. 나는 부모로부터 거의 평생 그런 종류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너 그거 해서 뭐할건데? 입시에 도움된대? 어디 쓸데가 있는거야? 지금 읽는 책 뭐야? 수행평가용이야? 아니면 왜 그런 책을 읽어? 그 활동은 왜 하는거야? 봉사시간 줘? 생기부에 기록해준대? 내신에 반영돼? 나중에 스펙으로 쓸 수 있어? 그게 뭐랑 상관있는 거야? 또 쓸데없는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