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핵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이야기, 맞다. 하는 행동마다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 질문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정치의 문법이 작동할 것인가가 이 질문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걸었나? 러시아 문화권인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제한적인 군사작전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왜 빗나갔나? 여러 설명이 이미 나와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의 위협을 턱밑에서 받아야 한다 등등. 이런 설명은 일련의 과정을, 러시아가 안보상 이익을 극대화려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푸틴의 합리성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전제한다.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다. ‘미친놈’과, ‘미친놈처럼 보이기 전략’을 쓰는 합리적 행위자, 둘은 다르다. ‘미친놈처럼 보이기’는 유서 깊은 합리적 전략이다. ‘미친놈처럼 보이기’에 성공하면 상대가 위험을 더 크게 받아들이므로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 2014년에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때만 해도 국제정치 분석가들은 대체로 푸틴이 ‘미친놈처럼 보이기 전략’을 쓴다고 생각했다.
2022년, 그 가정은 점점 더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푸틴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그런 방식으로 ‘합리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는 행동의 동기와 일관된 논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동기와 논리가 ‘러시아의 안보 이익 극대화’는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