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내 아이가 가해자라며 학폭위에 신고됐다면 - 걸면 걸리니 방심 마세요

송선형
송선형 인증된 계정 · 가론. 삼남매 엄마이자 사업가
2023/06/25
내 아이가 학폭의 피해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은 별로 안 계실 겁니다.
반대로 내 아이가 학폭의 가해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이라도 하는 분들은 더 적을 겁니다. 이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경우가 있는지 제가 열심히 알아보았는데, 학폭에 관한 설문은 학생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발견 못했어요.

학부모의 인식이 학폭 예방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한 연구를 학계에서 해주면 좋겠네요.

가볍게 장난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일지라도, 상대방의 기분이 어떤지 항상 살피도록 교육하시나요?

학교 폭력이 정식으로 거론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장난으로 그랬어요."
"상대방이 괜찮은줄 알았어요."

자. 생각해봅시다.
만약 진짜 순수하게 장난이었고, 상대방은 웃으며 받아줬는데(뉴스에도 흔하게 나오는 사례)
알고 보면 속으로 곪고 있었고,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있고, 폰이나 sns 같은데 메모도 남기고 있었고,
그 동급생을 너무나도 싫어하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고요.

그렇게 힘들어하던 학생이 어느날 자살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애초에 선택의 영역도 아니라고 보고요.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조리하거나 끔찍하고 기피해야 하는 단어가 아니라고 봅니다. 현상을 객관적으로 제대로 나타내는 단어일 뿐입니다.)

그 자살한 학생에게 가해한 학생들 명단에 내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아주 끔찍한 일이겠죠.

허무맹랑한 일이 아닙니다. 뉴스에 종종 언급되는 사안이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

또 다른 가정입니다.

피해자가 자살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내 아이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역시나 이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부모는 거의 없을 겁니다. (백에 한둘은 있을 수도)

정말로 가해자가 아니고 억울한 경우, 물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엮여진 것 자체가, 아주 작더라도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이라는 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실 작지도 않습니다)

긴장하셔야 합니다.

불유쾌한 일 자체에 내 아이가 엮이지 않도록 교육시킬 수 있는 사람은, 학교 선생님보다는 부모님입니다.
직무유기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 아이가 피해자로 신고했는데, 상대방이 맞폭 걸어서 가해자가 되어 1호처분을 받았다고 이전 글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죠.
"어쩌라고 어좁아" 한 마디 한 걸로 1호 처분 받은 것도 자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저는 무척 후회합니다. 4월에 상대방 엄마랑 젠틀하게 통화만 할 게 아니라, 그때 당장 학폭을 걸었어야 한다고요.
개인적으로 좋게 얘기할 필요 없이, 그냥 학폭위 신고부터 넣어야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제 딸이 트집잡힐 일도 없었겠죠. 반년 이상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참고만 있다가 못 참고 반격한 걸로 학폭위 가해자가 되어 처분을 받은 거거든요.

일선 교사분들은 이런 제 입장-다이렉트 학폭위 신고-에 반대하신다는 것 잘 알고 그것이 마땅하다는 것도 존중합니다만, 교사분들은 교사분들의 입장이 있고, 학부모는 학부모의 입장이 있습니다. 애초에 학폭위 신고를 하지 않으면 피해자를 보듬어주는 교사가 없었으니까요. 만약 있었다면 제 입장도 달랐겠지만, 솔직히 공교육에 과한 것 요구하지 않습니다. 교사는 교사의 일을 하고, 학부모는 학부모의 일을 오피셜하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렇듯 걸면 걸리는 게 학폭입니다.
민사재판이면 있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학폭위고요.

상대방이나 저나, 언제라도 학폭위 가해자 학부모가 될 수 있더라고요. 경험으로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엮이지 않도록 교육 잘 시켜야 합니다.

물론 저는 딸을 잘 교육했다고 자부하고요. 가해자가 되었더라도 타박하진 않았어요.
학폭위만 이상한 거지, 민사도 먼저 선빵친 쪽에 잘못을 많이 묻는 편입니다.
"어쩌라고 어좁아"라고 말한 것이, 팔다리 뚱뚱하다고 주야장천 부르짖고 발로 차고 책에 험한 말로 낙서하는 것에 비해 큰 잘못이라는 생각도 안 합니다.
근데 그래도 학폭에서 가해자 됩니다. 그게 현실이에요.

6개월 이상 일방적으로 당했으면 움찔이라도 해야죠.
상대방이 "나는 걔랑 친한 줄 알았다"라는 망발을 못하도록, 당장 꿈틀대는 게 옳습니다.
가해자가 되는 케이스 중에는 분명히 저희같은 경우도 있을 거라서, 가해자 측이 무조건 교육 못 시키고 잘못했다는 의견이 아니라는 점, 분명히 하겠습니다.

자, 여기까진 예방론이었고요.

제목과 같은 일이 당장 닥쳤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관해 할 말은 많지만.
사실 케바케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케바케에 대해 개인적으로 컨택해서 상담해드릴 능력도 이유도 없습니다.
사실 이 점 때문에 그간 학폭위 관련한 도움글을 쓸 의욕이 팍 식었던 것도 있습니다.
세상만사 케바케이고 학폭은 더더욱 그러하니까요.

그래서 그나마 도움될 일반론적인 내용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일전에 쓴 이 글이 더 실전편일 것 같아 링크 가져옵니다.

딸 편도 따로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얼마나 효능이 있을지, 이 플랫폼 성격에 맞는 글일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사실 윗 글에서 성별을 바꾼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윗 글은 어그로 제목을 염두에 두었다고 본문에서도 밝힌 바 있습니다.

다음에 언제 또 학폭에 대한 새글을 올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가 셋이고 여러 다양한 토픽을 떠올리며 살기 때문에, 한참 학폭위로 괴롭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다소 평화로운 상황입니다.
실은 지금 얼룩소 접속한 이유도 다른 주제의 글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도 처음 계정 생성을 한 이유는 학폭위에 대한 글 때문이었으니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내용을 겸사겸사 꺼내놓아 보았습니다.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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