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와 도파민 찾기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1/24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신다. 세 잔을 마셔야 하는 게 아닐가 싶을 만큼 몽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여기서 카페인 섭취량을 늘렸다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게 아닐까 싶어 멈춰서 있는 것이다. 이런 나도 커피를 마시지도 않을 뿐더러 커피를 마신다고 잡다한 물건을 열심히 챙기거나 약속에 늦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며 커피따위 사라지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한 시절이 있었으니…… 그 시절을 생각하면 입맛의 변화와 노화의 슬픔은 무섭구나 싶다. 이제 커피 없이는 정상적으로 살 수가 없다. 커피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침에 식사 대용으로 마시는 커피는 유행이 지나간 방탄 커피로, mct오일과 버터를 넣는 게 기본 레시피다. 공복 상태를 유지해서 쓸모없는 자기 살을 소비하게 만드는 한편으로 당장 쓸 에너지만 공급한다는 개념이 바로 이 레시피의 효과인데, 내가 오랜 음용으로 득을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침 식사를 쉽게 저렴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은 매력적이라 애용하고 있다. 근래에는 커피를 내린 다음 버터 잘라 넣기도 귀찮고 설거지도 심히 까다로워 단백질 보충제를 대신 넣고 있으나, 커피를 마시고 나면 가루가 대부분 바닥에 남는 걸 보니 이것도 다 헛짓 같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밥을 먹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냐면 그건 전혀 상상도 못하겠지만.

저녁에 마시는 커피는 순수히 각성용이다. 언제부터인가 몸에 피가 도는 게 아니라 피로가 도는 것처럼 본질적으로 변화해버려서 각성제를 음용하지 않으면 초저녁부터 늘어지는 터라 선택사항이 아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300밀리리터 이상의 커피를 마셔야 그나마 사람다운 기분으로 뭐든 할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아침과 달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니……’라는 생각에 초조해진 터라 아침처럼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릴 여유 따위 존재하지 않으므로 따서 마시기만 하면 되는 기성품 커피를 사다 마시고 있다. 커피값에 대한 고민은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 오로지 뇌를 속여서 피로 감지를 무뎌...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135
팔로워 23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