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고독의 해부

정은희
정은희 · 딴짓하는 선생님
2024/02/24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추락사를 파헤치며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아내이자 유명 작가인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인 시각 장애 아들을 등장시켜 남편의 추락은 단순한 사고였을지,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이었을지를 끊임없이 추리하게 하는 동시에, 진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결정’ 하기 위해서는 믿어야 한다는 것, 즉 ‘믿기 위해 이해한다’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 믿어야 한다’는 지점을 건드리며 '진실'이라는 인식론적 문제를 영화적으로 흥미진진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릴케의 책을 보며 떠올랐던 이유는, 추락을 해부하며 진실에 대한 인식을 해부하는 지점이 창작을 해부하며 슬픔과 고독에 대한 인식을 해부하는 릴케의 문장과 맞물려 있어 (나 홀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릴케는 젊은 시인의 서름한 방황을 바라보며 창작을 위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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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을 업(業)으로 삼고 있지만 합법적으로 딴 짓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과 딴짓을 분리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기는 진즉에 그른 것 같습니다. 이왕 분리하지 못할 바에야 그 모든 딴짓이 돌고 돌아 다음 세대 교육을 위한 초석이 될 거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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