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변신> : 그 남자의 마지막 외출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0/10

● 가족은 울타리인가, 올가미인가.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p9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은 첫 문장부터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보통 '변신'이라 하면 데데하기 이를 데 없는 주인공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어 적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해주는 슈퍼히어로가 연상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고액 연봉을 받는 유능한 직장인이 갑작스레(특별한 징조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더듬이와 가느다란 다리가 달린 '벌레'로 '변신'한다. 대체 그는 왜 하필 숱한 생명체들 가운데 '벌레'가 된 걸까? 누군가는 현대 사회의 일그러진 실존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도 있고, 또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가 된 인간상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끝내 벌레로 전락시킨 중심에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가족'이 있었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쉬지 않고 일만 하는 남자였다. 말단 직원으로 입사하여 출장 영업사원으로 승승장구한 그는 매일 사간에 쫓기고, 형편없는 식사로 끼니를 때우고,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면서도, 오직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모든 고난을 감내한다. 당장 사장에게 사표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부모님과 동생을 생각하며 자신의 인생은 5~6년 후로 미뤄두고 숨 막히는 현실을 견디던 참이었다. 한데 그 소박한 꿈을 제대로 실현해보기도 전에, 그는 흉측한 '벌레'가 되어 가족의 민낯과 조우하게 된다. 그것은 달리 말해 빚을 다 갚은 후에도 그의 존재 지향적 미래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프란츠 카프카는 '벌레가 된 남자 그레고르'라는 페르소나를 창조하여 보편적인 가족관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카프카와 아버지는 지독한 애증 관계였다.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카프카의 아버지는 거구에 괄괄한 성격을 가진 상인이었다.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남달랐던 그는 자녀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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