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지중해 ③> 시칠리아, 진짜 '오렌지 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곳
2023/10/12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제주도의 열네 배나 됩니다. 높은 산과 그사이에 펼쳐진 구릉과 평원이 바다와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광이 기막히다고 합니다. 여러 날을 머물며 시칠리아를 돌아본 후 <이탈리아 여행>(안인희 역, 지식의 향연)에 시칠리아의 아름다움과 역사와 전설에서 문학적 영감을 받았다고 토로한 괴테는 이런 감상도 남겼습니다. “이제 남쪽에는 내 그리움의 대상이 더는 없어요. 바다와 섬들은 내게 즐거움과 고통을 주었고, 나는 만족하여 돌아갑니다.” 시칠리아를 봤으니 더 볼 것이 없다는 괴테의 길고 아름다운 여행기를 더 옮기지 못하는 건 나의 고통입니다.
시칠리아를 상상 여행하는 길에 피에트로 마스카니(1863~1945)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합창곡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의 풍성한 연주가 머릿속에서 울립니다. 괴테가 묘사한 시칠리아의 구릉과 그사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평원에 부활절 아침 교회 종소리로 시작되는 합창이 그득 퍼져나갑니다. 이 곡을 들으면 언제나 봄날 훈풍 속에 있게 됩니다. 기분 좋은 그 바람에는 꿀 내음 같은 달콤함과 미소를 띠게 하는 향기가 살짝살짝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오페라는 질투와 복수, 결투와 살인으로 이어지는 멜로극이자 치정극입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우리말로 ‘시골 기사(騎士)’쯤으로 번역될 터인데, 19세기 시칠리아의 농촌이 무대인 이 오페라에 말 탄 기사는 안 나옵니다. 시골 마부는 나옵니다. 주인공은 군에 간 사이 애인 롤라가 마부 알피오와 결혼해버린 ‘불행한’ 청년 투리두입니다. 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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