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비건] 돼지도 갈치도 없는 제주 여행

양민영
양민영 · 작가
2024/04/03
지난달에 갑자기 떠난 제주도 워케이션은 채식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캐리어 부피의 절반을 차지하는 운동복 꾸러미를 욱여넣다가 문득 여행 가서 어디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사실이 불안을 자극했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관성적으로 먹던 제주 돼지, 갈치조림, 생선회를 이제 먹을 수 없다! 끼니때마다 허기진 채로 비건 식당을 찾아서 떠돌아야 하는 걸까? 여행도 좋지만 생존이 먼저다. 캐리어를 닫기 직전에 목화씨를 숨기는 문익점처럼 오트밀, 치아 씨드, 바질 씨드가 담긴 지퍼팩을 밀어 넣었다.    

다행히 우리가 묵는 숙소는 구도심의 한복판이어서 서울만큼은 아니어도 다양한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었다. 첫날엔 예멘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중동 음식을 먹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렌틸콩 수프와 버섯이 들어간 깔라야(토마토 요리), 병아리콩으로 속을 채운 케밥이 일품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비건 메뉴를 맛있게, 배불리 먹은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드는 저녁이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제주도에도 비건 식당이 제법 많다. 다만 유명 관광지 부근에 몰려 있어서 우리의 동선과 닿지 않는 게 문제였다. 석 달 가까이 채식을 해나가면서 밖에서 비건 메뉴를 찾을 수 없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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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비건, 초보 복서이고 본업은 작가입니다. 페미니즘 에세이 '운동하는 여자'를 썼고 한겨레 주말 ESC, 오마이뉴스, 여성신문에 페미니즘과 운동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고 생동감 있는 삶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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