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날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3/30
얼마 전 쓴 글에서 언급한 일로 둘째의 어린이집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연이어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아직 우리 아이는 별 다른 증상도 없고 자가진단 결과도 음성이지만, 수십 명의 아이들과 선생님까지 확진이 된 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한 가정의 일이 한 동네의 일이 되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어린이집에는 현재 서너 명 정도만이 등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이번주 내내 집에 머물고 있다. 3월이 되면서부터 친한 형들이 모조리 학교에 진학해 그렇지 않아도 어린이집에 가는 걸 싫어하던 차였다. 아이는 신이 났고 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언제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될까. 

섬에 내려와 작은 카페 하나만 운영하며 산 지 어느덧 만 8년이 조금 더 넘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버티고 버텨왔던 시간들. 널뛰기처럼 요동치는 매출에 내 마음도 함께 줄곧 요동을 치곤 했다. 섬에서 낳은 아이들은 어느새 여섯살 여덟살이 되었고, 남편과 나는 나란히 마흔을 넘었다. 

낭만적인 섬 생활을 하려면 카페 하나만으로도 네 식구가 잘 먹고 잘 살아야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들은 커가고 생활비는 아무리 매출이 곤두박질 친 달에도 꼬박꼬박 들어간다. 이제 목돈 들어갈 일은 없겠지 하다가도 얼마 못가 또 목돈이 들어가는 알 수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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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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