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자가격리 해제는 옳을까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3/23
섬으로 이주한 뒤 사귄 한 친구가 있다. 팔년 전 친구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고 다음 해 동갑내기 아들을 하나씩 낳았다. 이년 뒤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친구도 나도 나란히 둘째를 낳았다. 첫째들은 이번에 함께 초등학교 입학을 했고 둘째들도 같은 어린이집을 다닌다. 

친구는 그 사이 한부모가 되었다. 아이들 앞에서 벌이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택했다. 친정도 시댁도 없는 곳에서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는 삶을 택하는 건, 그 친구에게는 무척 힘겨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보고 있었다. 위자료도 양육비도 모두 포기한 채였다. 

친구는 두 가지 일을 한다. 한 민박집을 주인 대신 관리하고, 육아휴직으로 잠시 공석이 된 학교 사무직에 계약직으로 일을 한다. 자산이랄 게 없는 친구는 보증금이 거의 없는 연세에 산다. 전세로 사는 게 꿈이라 어떻게든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친구는 얼마전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었던 친구는 일주일 내내 마스크와 장갑을 끼며 아이들을 홀로 돌봤다. 밥을 따로 먹고 잠을 따로 잤다. 여덟살인 첫째가 여섯살인 둘째를 토닥이며 재워야 했다. 아이들은 결국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기적같은 일이었다. 

얼마 전 첫째들의 초등학교 입학식날, 친구는 입학식에 참석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무리 사정 이야기를 해도 출근 첫날 빠질 수는 없다며 상사가 거부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교장이 사정을 봐주기로 해 친구는 하루 겨우 쉬어갈 수 있었다. 친구는 첫째의 졸업식에도 가지 못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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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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