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사진과 시] 벤치의 마지막 밤
2023/02/03
비 내리는 어둔 밤 ,
조명 아래 벤치에 의탁한 채
빛줄기 가만히 숨 쉬고 있다
쉴 새 없이 나아가는 그에게
찰나의 찰나 같은 번개 처럼
번쩍이는 틈이 있을 리 없듯이
벤치는 누군가 옆에 기대본 적 없다
눈 오는 고요한 밤 ,
조명 아래 벤치에 걸터 앉아
소리 또한 막연히 누워 있다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그에게
순간의 순간 같은 천둥 처럼
멈칫하는 새가 있을 리 없듯이
벤치는 누군가 위에 앉아본 적 없다
적막하고 쓸쓸한 밤 ,
침침한 조명 아래 벤치는 홀로 늙고 있다
빛이 다가와 비벼주고
소리가 와서 받쳐주고 있음에도
벤치는 공허한 마음 허전하다며
타닥 타닥
오래 묵은 나무 접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