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1/3씩 닮은 사람들 - 2022년에 떠난 사람들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2/12/31
예수를 1/3씩 닮은 사람들 
.
며칠 전의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마치 저승사자들이 이 사람들은 2022년을 넘기지 않겠다는 결의대회라도 한 듯 세 분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변형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해동건설 회장이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온 <빛의 결혼식>의 신부로서 야학 활동 중 연탄가스 중독사했던 박기순의 오빠인 박형선이 그분들이죠. 
.
크리스마스 때를 맞추기라도 하듯 하늘의 부름을 받은 그 세 분의 일생을 돌아보자니 문득 이분들 예수를 조금씩 닮은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신성하고 거룩하고 그런 건 아닙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보다는 나무 깎고 살다가 나이 서른 넘어 별안간 세상 밖으로 나와 수천년 동안 수십억명에게 남겼던 그 행적 가운데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나 하는 정도입니다.

고 변형윤 교수 (1927~2022)
.
변형윤 교수는 1927년생입니다. 5년만 더 계셨더라면 인생 백세를 누릴만큼 장수하셨죠.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흠칫 놀라며 저의 무심함을 탓했습니다. “왜 돌아가신 줄 알았지?” 그도 그럴 것이 그분은 제가 대학 1학년 때 한겨레 논단에서 처음 접했었고 그때 이미 환갑을 넘어섰던  원로급 교수였으니까요.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나이 스물 여덟에 서울대 전임 강사가 된 그는 나이 만 서른 셋, 그러니까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던 그 나이에 거대하게 세상과 부딪칩니다.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 는 플래카드를 든 교수단 시위에 동참한 거지요. 서울대학교 상대 교수 중 유일한 참가자였습니다.

.
마가복음 2장에는 안식일에 예수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자르는 것을 보고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대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신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면 안되는 일을 하고 있잖아! 말이 돼?” 그러자 예수는 단 한 마디로 바리새인들을 물리칩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김형민
김형민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273
팔로워 3.4K
팔로잉 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