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머리의 대가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2/04/10
어? 회수권을 안 가지고 갔네...
뒤쫒아 가서  줄까 하다가 혼 좀 나봐라 싶은 맘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딸애는 되돌아 오지 않았다. 
그 땐 버스 탈 때 회수권을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오후가 되자  딸애는 천연덕스레  수업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가 어떻게 회수권 없이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왔을까?
얘기를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일단, 버스정류소에서 같은 학교 학생에게 회수권 1장을 빌린다. 몇학년 몇반인지 물어놓는다.  그 다음 학교에 가서 반친구들 중 회수권이 많은 아이에게 2장을 빌린다.
1장을 빌린 아이 교실에 가서 갚는다.
남은 1장으로 집에 온다.
결론은 내일  반친구에게 2장을 갚으면 된다.고 했다.  너무 놀랐다.
이 애가 과연 내 딸 맞나. 이렇게 똑똑한 애가.
어른인 나도 못 할것 같은 생각을 8살 짜리가 버스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해내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감탄을 하면서 나는, 이 아이에 대한 걱정은 앞으로 할 필요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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