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콘크리트 유토피아>, <타겟>과 한국사회의 불안

전새벽
전새벽 · 에세이 '닿고 싶다는 말'을 썼습니다
2023/12/22

*이 글은 위 3 영화의 결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공포영화의 시대정신
공포영화는 그 시대의 불안을 반영한다. 냉전시대 미국은 공산주의자를 외계인으로 표현하며 SF 호러 <괴물 디 오리지널>을 만들어 냈고, 베트남 전쟁에서 경험한 신체 훼손의 공포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로 구현되었으며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태에 대해서는 조던 필이 <놉>을 통해 우려한 바 있다.
 
한국의 공포 영화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까지는 처녀귀신과 같이 사회적 약자의 한(恨)이 단골소재였다가 1990년대 후반 세기말 분위기 속에서 공포영화가 쏟아져 나왔는데, <올가미>, <여고괴담>, <조용한 가족>, <퇴마록>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고찰 안에서 <괴물>, <부산행> 같은 걸출한 작품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지나가고 전쟁이 시작되고 금리와 물가가 요동치며 불황이 계속되는 요즘, 한국 공포영화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마침 넷플릭스 인기차트에 좋은 작품들이 나란히 있길래 며칠에 걸쳐 감상을 했다.
관람해 보니 세 영화 모두 오락성도 뛰어나고 완성도도 수준 이상이다. 하여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께는 관람을 권하고 싶고, 보신 분들과는 영화의 주제의식에 대해 대화해 보고 싶다는 생각인데, 아래는 그 시도다.


공포영화는 현실에서 벌어질 참혹한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의 준비다.
- 지그프리트 크리카우어

 
영화 <잠>과 한국의 출산율 대책
처음엔 남편이 잠결에 뺨을 좀 긁는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밤새 얼마나 뻑뻑 긁어댔는지, 피부가 완전히 찢어졌다. 어떻게 자기 얼굴에 이런 짓을? 참 별 일이 다 있다 싶었는데 다음날 밤엔 남편 현수가 냉장고를 열고 서서 생고기를 먹고 있다. 그것도 정신은 완전히 잠든 채로 말이다.
수면클리닉에 가서 약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다. 현수의 무의식 중 돌발행동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이 터진다. 현수가 반려견 ‘후추’를 해치고 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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