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서술형 시험 보고 왔습니다

노이noi
노이noi · 독일 거주 에세이스트 노이입니다.
2023/07/28
독일어로 서술형 시험 보고 온 인프피의 일기


'시험 기간'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머리를 끙끙 싸매고 어려운 내용을 암기하기 위해 책과 함께 사투를 벌이는 시간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만한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런데 만약 그 시험공부를 우리나라 말도 아닌 외국어로 한다면? 상상한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내가 지금 하고 있다.


오늘로써 독일 유학 6학기(한국의 3학년 2학기)를 거의 마쳤다. 자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독일은 겨울부터 새 학기를 시작하고 두 번째 학기가 여름에 마무리된다. 그래서 여름 학기를 마무리하는 날에 좀 더 후련한 기분이 든다. 우리 과에서의 6학기란, 누군가는 부지런히 학점을 따서 졸업 논문을 쓰고 있고, 누군가는 조금 여유 있게 걷고자 1년, 2년씩을 더 공부하기 위해 마음을 다 잡는 그런 시기이다. 나는 그중 후자의 위치에 서있다.


오늘은 우리 학과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인 '도시 경제학'의 시험이 끝났다. 주로, 학술적인 글을 읽고 토론하거나 에세이를 쓰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학과이기 때문에 '경제학'이라는 과목은 우리에게 좀 많이 낯설다. '경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도 무게감인 데다 시험의 방식도 가장 어렵기로 유명한 '서술형 주관식' 시험이었다. 예전에 '도시의 역사'라는 과목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시험을 본 적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과목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내게 부담이 덜 했다. 그런데 이 도시 경제학 수업은 강의 자료부터 수업, 시험까지 모든 게 독일어였다. 독일어가 모국어인 학생들도 재시험을 보기 일쑤라는 악명 높은(?) 과목이었기에 이 과목에 대한 나의 공포는 학기 시작 전부터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나에게도 주어진 시간은 비슷한데, 나는 외국인이라 모르는 단어가 더 많고, 한국어로 봐도 어려운 내용을 독일어로 이해해야 한다는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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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일문을 전공하고, 게임PM으로 일하며 미국에 파견 나갔다가, 지금은 독일에서 도시문화학을 공부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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