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게임에 1년 넘게 시달리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6/23


어떤 게임을 작년에 사서 여지껏 깨지 못하고 있다. 작년 중에 못 깬 게 아니라 구입한지 365일을 넘겼다. 30시간 가량 했으니까 계산상  대략 하루에 5분쯤 한 것인데, 실제로는 4일에 20분쯤 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대체 무슨 게임을 이렇게 조금씩 하느냐? 
일단 ‘무슨 게임’인지는 밝히지 않으려 한다. 팬층이 두터운 게임이고, 나는 해당 게임이 속한 시리즈의 다른 편을 재미있게 했다. 그러니까 시리즈 자체에는 원한이 없다.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다면 왜 이렇게 조금씩 했는가? 시간이 넘쳐났다면 안 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원인을 무조건 시간 부족으로 몰고갈 수도 없는 것이, 습관적으로 유튜브나  SNS 뒤적인 시간을 줄이고 더 적극적으로 했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일상 속 시간 관리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이, 요컨대 우선 순위의 문제다. 어떤 일이든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뒤적이는 것보다 우선할 정도로 훌륭하지 못하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게을러 보이는 건 다 유튜브 때문이야!'라고 주장할 수도 없긴 하지만, 나를 포함한 무수한 현대인에게서 '보람과 재미를 느끼는 지점까지 투입할 에너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이건 사회가 혼란스럽고 각박해져서 그럴 수도 있고, 유튜브처럼  0에 가까운 노력으로 무한한 즐거움을 주는 매체가 늘어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전자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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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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